'브랜더쿠'는 남성용품 브랜드 덕후인 에디터들이 운영하는 코너입니다. 핫한 브랜드를 찾아 왜(Why) 어떻게(How) 했는지 물어보는 코너죠.????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1️⃣ 핫한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2️⃣ 한 단계 더 디깅해본 핫한 브랜드 뉴스지난달 11일, 인기 상권으로 유명한 홍대 메인 거리 인근에서 파격적인 올리브영이 오픈했다. 매장명은 '올리브영 홍대놀이터점'. 지상 3층 규모, 영업 면적 기준 915㎡(277평)에 달하는 이 대형 매장의 핵심 타깃은 '남성 소비자'다. 눈여겨볼 공간은 1층이다. 100평 규모의 1층을 통째로 올리브영의 남성 특화 공간 '맨즈에딧(Men's Edit)'존으로 꾸몄다. 전국 올리브영 매장의 맨즈에딧 존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매장의 첫인상인 1층을 남성 특화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실험적이다.올리브영 홍대놀이터점은 기존 매장들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올리브영이 홍대 상권에서 남성 소비자를 타깃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치약 쇼핑하러 올리브영에 자주 가는 브랜더쿠의 남성 에디터가 홍대놀이터점을 방문해 자세히 살펴봤다.올리브영 홍대놀이터점 전경_출처 : 올리브영보충제와 런닝 양말까지?운동 마니아를 위한 이색 코너먼저 홍대놀이터점 1층의 주요 포인트부터 살펴보자.'뷰티에 진심인 남성 소비자만을 위한 공간인가?'올리브영의 '남성 특화 공간'이라는 표현을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과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올리브영은 뷰티가 아닌 '케어(Care)'에 방점을 찍었다. 남성 고객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일상에 맞는 케어 제품을 찾을 수 있는 남성용품 매장을 구현했다. 이는 올리브영이 지난해 남성들의 자기 관리 행태 분석을 위해 10~40대까지 남성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이하 올리브영의 설문조사)의 결과를 반영한 전략이다. 남성 소비자들은 뷰티보다는 관리를 뜻하는 '케어'키워드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맨즈뷰티, 맨즈그루밍, 맨즈케어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맨즈뷰티를 화장품에 한정된 단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맨즈케어에 대해선 남성의 전반적인 자기 관리를 포괄하는 용어로 해석했다.올리브영 홍대놀이터점 1층의 맨즈에딧 존_출처 : 올리브영홍대놀이터점의 1층은 올리브영이 제안하는 '맨즈 케어(Men's Care)'의 개념을 시각화한 공간이다. 맨즈케어의 영역을 뷰티, 헬스용품, 패션 및 잡화까지 확대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올리브영 매장에서 보기 드문 이색 코너를 채웠다. 다양한 코너를 경험하며 남성 고객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 맞는 케어 제품을 찾도록 설계한 셈이다.1층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좌측에선 Supplement(보충제) 코너가 눈길을 끈다. 운동 마니아를 위한 공간으로 단백질 파우더, 닭가슴살, 영양제 등을 비롯해 갖가지 보충제가 준비돼 있다. 바로 앞 진열대에선 남성용 언더웨어는 물론 요즘 핫한 런닝용 양말, 신발용 쿠셔닝 밑창, 군화 전용 깔창을 만나볼 수 있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 에이치덱스(HDEX)와 협업한 공간도 재미 요소다. 진열대의 한 면을 모두 헤어밴드, 손목 보호대, 쉐이크통 등 운동용 아이템으로 채웠고 헬스 남성용품 용품 근처에는 남성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스킨케어 제품을 함께 배치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한 후 주로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획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상품을 카테고리별로 배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해당 진열대를 보는 소비자의 니즈와 관심 제품을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다양한 보충제, 런닝용 양말, 에이치덱스의 운동 용품이 마련된 진열대 모습부담스러운 화장 아닌,티 나지 않는 관리1층의 우측 코너로 향하면 올리브영이 큐레이션한 젠더리스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젠더리스란 여성 소비자뿐 아니라 남성 소비자에게도 전반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을 뜻한다. 세럼, 크림, 토너로 구성된 '스킨케어 코너'와 샴푸 및 핸드크림 등이 진열된 '헤어&바디 케어 코너'를 살펴볼 수 있다.MEN'S PERFUME(남성 향수) 코너에서는 타깃 고객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향수 코너에선 브랜드별 또는 가격대별로 제품이 진열되지만 홍대놀이터점 맨즈에딧 존에서는 향기를 키워드별로 구분해서 진열한다. 예를 들어 Cool(푸른 바다처럼 달콤하고 상쾌한 향), CALM(비가 내린 후 고요한 숲의 잔잔함이 느껴지는 향) 등 직관적인 키워드가 적혀있다. 향수를 잘 모르는 남성 소비자도 자신이 선호하는 향을 쉽게 선택하도록 돕는 장치다.향기를 이해하기 쉬운 키워드별로 구분해서 표시한 MEN'S PERFUME 코너_출처 : 올리브영가장 놀랐던 코너는 'MEN'S MAKEUP(남성용 메이크업)'이다. 메이크업이라는 코너명을 보자마자 단순히 화장품을 남성용품 떠올렸지만, 올리브영이 정의한 맨즈 메이크업은 시도하기 부담스러운 화장이 아닌 자연스럽고 티 나지 않는 관리다. 보다 많은 남성 소비자가 메이크업을 낯설어 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피부 톤 커버를 정리해 주는 톤 로션과 파운데이션 등을 진열했다. 홍대놀이터점 1층의 전체 콘셉트를 뷰티가 아닌 케어로 정의한 것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여러 코너 외에도 1층 곳곳에서 남성 소비자를 고려한 기획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다. 충분한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진열대끼리 넓게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로에 사람이 많으면 집으려던 제품을 포기하는 남성 고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더구나 캐리어를 소지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홍대 상권의 특성을 감안할 때도 쇼핑 편의성을 높이려면 넓은 통로가 필요했다. 2곳의 셀프 계산 코너를 설치한 것 역시 비대면 결제를 더 선호하는 남성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공략한 부분이다.1. 새로운 소비층이 된 남성 고객올리브영이 홍대놀이터점을 기획한 이유올리브영은 왜 홍대 메인 상권에서 대규모 남성 특화 공간을 선보였을까? 결정적 요인은 남성 고객 증가에 있다. 올리브영 통계에 따르면 2021~2023년까지 올리브영 남성 회원 매출액은 연평균 30% 늘었다. 2023년 기준, 지난 3년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리브영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 중 남성의 비중은 1.5배 증가한 30%에 달했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남성용품 설문조사에서도 남성 제품을 늘려달라는 다수의 피드백이 확인됐다. 더구나 홍대 상권에 위치한 기존 올리브영 매장들을 살펴보면 다른 매장 대비 남성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남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홍대 상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홍대 상권의 남녀 유동 인구 비율은 각각 45%와 55%로 집계됐다. 10~30대까지의 남성 비중은 약 28%로 서울 인기 상권에 해당하는 명동(22%)과 성수동(25%)보다 높다.헬스&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 즉 자기 관리를 향한 남성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한 점도 괄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며 월평균 23만 원을 헬스 및 뷰티 등 자기 관리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지출 금액 비중에서 1위 패션(34%) 다음으로 뷰티(31%)와 헬스(25%)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1억 6000만 건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2025년 뷰티&헬스 트렌드 'D.I.S.C.O.V.E.R.Y(발견)'에서도 남성 고객이 하나의 키워드를 차지했다. 티가 나지 않는 깔끔함을 원하는 남성이란 뜻의 'Y(Yet to satisfy: Men seek natural hidden beauty)'다. 앞서 살펴본 홍대 놀이터점의 맨즈 메이크업 코너에서 자연스러운 관리를 돕는 톤 로션과 파운데이션 등을 진열한 것도 같은 남성용품 맥락이다.사실 올리브영은 그동안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오픈한 올리브영N성수점이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의 혁신 매장이라고 불리는 이곳 2층에는 약 20평 규모의 맨즈 애딧 존이 자리한다. 홍대놀이터점의 1층처럼 운동, 헬스케어, 그루밍 등 맨즈 케어에 필요한 갖가지 아이템으로 채웠고, 이미지에 어울리는 눈썹 모양을 연출해 주고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맨즈 브로우 서비스(MEN'S BROW)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9월에는 홍대 축제거리에서 올리브영 최초의 남성 화장품 팝업스토어인 '맨즈 케어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MEN’S BEAUTY: Curated by OLIVE YOUNG(올리브영이 큐레이션한 맨즈 뷰티)'라는 슬로건 아래 남성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를 집대성했다. 면도기, 헤어 스타일링 장비를 비롯해 여름 시즌에 맞춰 자외선 차단과 피부 톤 보정을 동시에 돕는 로션 등 다양한 제품을 큐레이션했고 브랜드별 특색을 반영한 체험 코너들을 운영했다. 맨즈 케어 팝업스토어에 대한 반응은 핫했다. 약 10일 동안 누적 방문객 1만 2000여 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전체 방문객의 80%가 남성 고객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했다.올리브영N성수점_출처 : 올리브영2. 선호도 기반의 맞춤 큐레이션 실현올리브영이 홍대놀이터점을 기획한 이유'맨즈 케어'카테고리에서 남성 소비자들의 선호 제품군이 뚜렷하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이처럼 수요가 명확한 제품군 중에서 올리브영의 방향성과 잘 남성용품 어울리는 아이템을 진열하면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의 설문조사 결과, 10~40대 남성 소비자들이 향후 올리브영에서 구매하고 싶은 제품 카테고리로 건강 및 스포츠 용품을 꼽았다. 다양한 건강 및 스포츠 용품을 비교하며 쇼핑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다 보니, 헬스&뷰티 스토어로 활약해 온 올리브영에게 해당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홍대놀이터점 1층에 운동 마니아를 위한 보충제와 운동 용품을 다양하게 진열한 것도 이런 인사이트를 반영한 결과다. 맨즈 메이크업 코너의 핵심인 톤 커버 로션과 립밤 또한 기존 올리브영에서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높았던 제품으로 실질적인 수요에 기반한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3. 레드로드 상권에서의 차별화올리브영이 홍대놀이터점을 기획한 이유마지막으로, 홍대놀이터점은 레드로드 상권에서의 매장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레드로드'란 경의선 숲길에서 시작해 홍대, 당인리발전소 주변까지 이어지는 관광 특화 거리다.올리브영은 레드로드를 따라 이미 6개 매장을 운영 중이었다. 그중에는 K-뷰티 트렌드를 지역 상권에 공유하는 올리브영의 거점 매장 콘셉트인 '타운'에 속하는 홍대타운도 포함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율이 높은 홍대 상권 특성을 반영한 제품 구색, 매장 디자인, 체험형 콘텐츠 등을 갖춘 스페셜 스토어다. 지상 3층, 991㎡(300평) 규모의 이 매장에는 현재 핫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트렌딩나우존, 럭셔리 브랜드를 남성용품 큐레이션한 럭스 에디트, 홍대 특유의 그래피티를 반영한 매장 디자인, 셀카 촬영용 포토존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홍대 상권의 필수 코스로 불릴 만큼 핫플레이스다.올리브영 홍대타운 전경_출처: 올리브영타운형을 비롯해 일반 매장까지, 올리브영은 레드로드에서 충분한 입지와 매장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민했을수도 있다. 홍대 상권은 올리브영의 주고객층인 국내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인 만큼 올리브영에게 중요한 지역이다. 핵심 상권에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 어디서든 올리브영에 가도록 만들려면 매장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기존과 똑같은 매장을 선보이면 차별화하기 어렵다. 단순히 매장 한 곳을 늘린다기보단,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매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대규모 남성 특화 공간이라는 방향성은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동안 팝업스토어, 매장 내 코너 등으로 남성 소비자의 수요를 실제로 확인한데다 최근 올리브영을 찾는 남성 고객 비중도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또한 타 상권 대비 홍대 상권의 올리브영 매장들에게 남성 고객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제작 이한규누구에게나 '영감의 장소'한 곳쯤은 있기 마련이죠. 저에게 그곳은 '교보문고 광화문점&#x...을지로3가역 8번 출구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남성용품 지글지글 구워지는...